이 글은 〈아기 사자 주이와 멀어지지 않아도 되는 길〉(EP11) 이후,
엄마가 거실 의자에 앉아 아이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을 기록한
보호자의 조용한 하루입니다.
아이의 걸음보다 먼저 흔들렸던 마음과,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선택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아기 사자 주이와 멀어지지 않아도 되는 길〉(Episode 11) 이야기 먼저 보기
〈보호자 기록 – 주이 엄마 편〉
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듭니다.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일.
무언가를 더 말하지 않는 일,
뒤따라가지 않는 일,
괜찮은지 묻지 않는 일.
그날도
나는 늘 앉던 의자에 앉아
주이가 걸어가는 방향을
눈으로만 따라보았습니다.
🐾 멈춘 발걸음을 바라보며
복도로 향하는 발걸음,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는 움직임.
예전 같았으면
그 짧은 멈춤에도
몸이 먼저 일어났을 텐데,
그날의 나는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그대로 있었습니다.
기다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
아주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일이었으니까요.
🪑 의자에 함께 앉아 있던 마음
‘잘 놀고 있을까’
‘혹시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한 번 더 안아줘야 하나’
그 질문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의자에 남아 있는 일.
거실에는
다양한 소리가 머뭅니다.
책을 넘기는 소리,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들.
나는 일부러
조금 더 천천히 숨을 쉬었습니다.
아이의 숨이 아니라
내 숨부터 고르기 위해서요.
문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자리에는
불안도 함께 앉아 있다는 걸.
하지만
그 불안을 안고
끝까지 앉아 있는 것도
어른의 몫이라는 걸.
🚪 다시 마주한 얼굴
얼마쯤 지났을까요.
문이 열리고
주이가 다시 나왔습니다.
예전처럼
달려오지도 않았고,
얼굴을 파묻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천천히 다가와
잠깐 안겼다가
숨을 고르고,
내 얼굴을 보고
미소 지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알았습니다.
오늘 주이는
나에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나를 믿고
자기 자리를 다녀왔다는 걸.
기다리는 시간은
아이를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어른이 자리를 지키는 시간이라는 걸.
🌙 오늘의 결 한 줄
그날 이후로
나는 거실 의자에 앉을 때
조금 덜 불안해졌습니다.
아이의 걸음이
어디까지 갔는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거든요.
🌿 가이드 노트
아이의 분리는
멀어지는 연습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입니다.
그 곁에서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앞서 가거나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지키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기다림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이가 잘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른의 마음이
아이에게 깊이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은
아이를 바꾸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어른이 그 자리에
조금 더 편안히 앉아 있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