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기 토끼 라라와 덮어주는 소리〉(에피소드 15)에서
이어머프를 건네주는 아이를 바라보며,
처음 라라를 데리고 루나를 찾아갔던 날을 떠올린
보호자의 하루를 담은 기록입니다.
👉 〈아기 토끼 라라와 덮어주는 소리〉(Episode 15) 이야기 먼저 보기
〈보호자 기록 — 라라 엄마 편〉
카페 안에서
라라가 악기들을 가리키며
작은 아이에게 소리를 알려주고 있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의 손이
악기를 가리킬 때마다,
작은 아이의 눈이
조금씩 커지는게 보인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느껴진다.
🔔 처음 그 카페에 갔던 날
라라를 처음 루나 선생님께
데려왔던 날이 문득 떠오른다.
‘그날도 이 카페였지.’
기계음이 울리자
바로 이어머프를 꺼내
빠르게 귀를 덮는 라라.
그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나 크게 들릴까,
얼마나 힘들까.
그때는 참
소리가 미웠었다.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소리가
왜 이렇게 많은지.
🥕 바 안쪽을 바라보며
아까 라라가
루나 선생님과 함께
바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선생님이 무언가를 건네면
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히 받아서 들고있다.
수도꼭지를 틀고,
당근을 씻고,
숫자를 세며 선생님의 칼질을 기다리는 라라.
그 모습을
말없이 오래 바라봤다.
저 안에서 저렇게 움직이는 아이가
처음 카페에 와서
이어머프를 꺼내 귀에 올리던 아이와
같은 아이라는 게
잠깐,
실감이 나지 않았다.
👂 등 뒤에서 바라본 순간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선생님이 라라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전에 들었던 큰 소리가 들릴 거야.”
그 말과 함께
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머프로 손을 가져가는게 보인다.
그런데 잠깐 멈추더니
곁에 있던 아이를 본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생기는 찰나.
라라가 이어머프를 빼서
아이의 귀에 씌워주고 있는게 보인다.
그리고 자신은 귀를 두 손으로 덮고.
위이잉—
소리가 울리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라 쪽으로 걸어가며
“괜찮니?”를 묻기 위해.
그런데
라라의 등만 보이고,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 마주한 라라의 표정
발걸음이 무겁다.
두 손으로 귀를 덮고 서 있는 아이.
그 옆에
이어머프를 쓴 작은 아이.
‘자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째서 동생한테 먼저 씌워준 걸까.’
그 물음을 품은 채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둘 다 괜찮니?”
라라가 고개를 돌린다.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아까 품었던 물음이
조용히 사라진다.
라라는 힘들었겠지만,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선택했을 뿐이었다.
🤍 소리가 바뀐 것이 아니라
소리가 끝나고
라라가 아이에게 묻는다.
“괜찮아?”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촉촉해진다.
소리는 바뀌지 않았다.
기계음은 여전히 컸고,
라라의 귀도 여전히 예민하다.
하지만 라라는
그 소리 앞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피하는 대신 준비를 했고,
혼자 막는 대신 나누어 주는 선택을.
🌙 오늘의 결 한 줄
처음 루나 선생님께 전화를 걸던 밤,
나는 아이 앞에서 늘 조심스러워지기만 한다고
고백했다.
오늘도 나는
아이 앞에서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오늘의 조심스러움은
지난번과 다르다.
아이가 뭔가를 잃을까 봐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었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다.
🌿 가이드 노트
아이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는 형태로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어른의 마음은
기쁨과 함께
조용한 물음을 품기도 합니다.
이게 맞는 걸까,
내가 잘 해온 걸까,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라라가 보여준 것은
어른이 혼자 답을 찾아낸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곁에 머물러 준 사람들과 함께
방향을 살피며 걸어온 자리에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어른이 혼자 모든 걸 해내지 않아도,
곁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
아이에게는 충분한 자리가 됩니다.
오늘 라라의 웃음이
그 사실을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 상담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