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기 토끼 라라와 처음 만난 소리〉(에피소드 1)에서
멈추는 아이를 바라보며, 걱정과 선택 사이를 오가던 보호자의 하루,
그리고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함께 남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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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기록 — 라라 엄마 편>
“라라야.”
저는 지금 아이를 부르고 있지만,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렇게 아이를 부르 때면,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그 모습을 볼 땐,
저도 “아차” 싶을 때가 있어요.
집으로 들어온 아이가
탁자에 부딪히고,
컵이 떨어지고,
라라는 몸을 움츠리고 귀를 감싸요.
저는 그 장면을 이미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아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이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큰 소리가 될까 봐.
저는 그저 아이에게
조심히 다가가
등을 쓸어줄 수밖에 없어요.
📱 도움을 요청하던 밤
그날보다 조금 전,
저는 혼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한참을 망설이고, 고민하다 거는 전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 아이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할 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고백하던 밤이었어요.
“소리를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아이 앞에서 늘 조심스러워지기만 해요.”
제 아이를 위해,
함께 바라봐 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전했던 밤이었어요.
⏳ 말 뒤에 남은 생각
“라라야.
전에 이야기했던 분 기억나니?”
저는
아이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어요.
대신,
표정과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가고 싶다고 말해줄까,
아니면 고개를 저을까.
마음같아선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 대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를
아이를 위해 놓아두었어요.
잠깐의 여백 뒤,
라라는 아주 작게
“저도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그 대답에 저는
약간 안심했어요.
🎧 준비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항상 외출을 하게 된다면
서랍에서 자연스러운 손길로
이어머프를 꺼내는 아이의
신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올려보고,
내려보고,
거울도 한번 바라보고,
다시 가방에 넣는 모습.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아이에게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돼요.
준비는
두려움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안고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니까요.
👂 같은 소리를, 함께 바라보다
카페 안에서,
아이와 저,
그리고 루나 선생님은
큰 소리를 서로의 자리에서 들었어요.
기계음이 울리고,
아이는 즉시 가방에서
이어머프를 꺼내 썼어요.
저는
이어머프를 낀 아이가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걸 보았어요.
그리고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이랑
소리의 즐거움을
천천히 찾아볼까?”
저는 그 말이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이상하게도 저에게 하는 위로처럼 들렸어요.
🤍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 나눈 말
아이가 다른 공간에서 쉬고 있을 때,
마주 앉은 루나 선생님은
저에게 조용히 이야기했어요.
“제가 도울 수 있어요.”
선생님은 뒤이어 말했어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처음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바라봐 줄 사람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늘의 만남은
라라를 돕기 위한 시작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제가 우리 아이를 힘들게 하는 ‘소리’를
꼭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처음으로 찾은 날이었어요.
🌙 오늘의 결 한 줄
아이의 귀를 막는 모습을 볼때면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나 큰 소리일까,
얼마나 널 괴롭게 할까,
대신 아파해줄 수는 없는 걸까.
그리고 그 모습은
점차 ‘소리’에 대한 미움으로
자리잡고 있었어요.
왜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
즐겁고 기분 좋은 소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이 소리만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걸까.
하지만 오늘,
저는 알게 되었어요.
소리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걸.
미워하지 않고,
아이 곁에 남아
같이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걸로,
오늘은 충분해요.
🌿 가이드 노트
아이의 하루가 끝난 뒤에도
어른의 마음은
종종 먼저 움직입니다.
오늘 들렸던 소리를 떠올리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생각하고,
혹시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하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지요.
하지만 아이의 반응이
아직 말이 되기 전이라면,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그 반응을 해석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라라가 멈춰 섰던 순간은
다음 연습을 요청하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 이 소리 앞에서
자신을 지켜냈다는
몸의 표현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어른이 할 일은
아이가 스스로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환경만 조용히 열어 두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게 준비된 자리,
말로 앞서지 않는 태도,
그리고
“지금은 여기까지여도 괜찮다”는
어른의 침묵.
그 안에서
아이의 내일은
조금씩,
스스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