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토끼 라라의 오고가는 고민

이 글은〈아기 토끼 라라와 울림을 멈추는 방법〉(에피소드 4)에서 아이의 변화를 곁에서 바라보며, 걱정과 고민 사이를 오가던 보호자의 마음을 남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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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기록, 라라 엄마 편 · 기록 2)

트라이앵글과 핸드벨이
거실 바닥에 나란히 놓여 있다.

라라는 여전히 그 곁에 앉아
손에 쥔 악기를 이리저리 만지며
짧은 소리를 내고 있다.

웃고 있는 얼굴.
집중한 눈.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마음 한켠이 조용히 흔들린다.

괜찮아 보이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전부일까.


🤍 담아둔 생각

루나 선생님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건냈다.

“오늘 라라는 어땠나요?”

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생각도 못 한 모습이었어요.”
“라라가 소리에 저렇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잠깐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제가 봐왔던 라라는…
항상 소리에 어려워하는 아이였으니까요.”

말을 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라라의 모습이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는지도
함께 떠올랐다.

소리에 힘들어하던 아이.
늘 먼저 멈추던 아이.
그 이미지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아직 많이 어렵지요?”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 쿠키를 만들던 시간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지난번에요.”
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라라랑 같이 쿠키를 만들었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들어
내 이야기를 기다렸다.

“쿠키는… 맛있었어요.”
“라라랑 이야기하면서,
웃으면서 먹었어요.”

잠시 멈췄다가
나는 솔직한 마음을 꺼냈다.

“그런데…”
“그때도 제가 잘했던 건지
확신이 없어요.”

카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
선생님이 알려준 방식들.

집에 돌아가
그대로 해보려고 애썼지만.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맞는 건지.”
“혹시 라라가 힘들었는데
말하지 못하고 나한테 맞춰준 건 아닐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말을 마친 뒤
나는 손을 가만히 모았다.


🐰 오늘의 라라

거실 쪽을 바라보고 있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라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졌고,
소리를 냈다가 멈추기도 했어요. 그렇죠?”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런 라라가 기특하기도 하고.”
나는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모습을 끌어내신 선생님이
대단해 보였어요.”

내 말에
선생님이 고개를 조심히 젓는게 보였다.

“제가 대단한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준비만 했을 뿐이에요.”

선생님은 잠깐 쉬었다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준비를 가지고
한 걸음 내딛은 건
그 누구도 아닌 라라였어요.”

“그리고 그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건,
라라의 옆에 어머님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나침반

힘없는 내 손 위에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려워요.”
“출발선에 서는 건
결국 본인의 몫이지만…”

잠시 말을 멈추고,
천천히 덧붙인다.

“그 옆에 누군가
서 있어 줄 수는 있지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어머님은
라라의 나침반이었어요.”

내 손을 잡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음 한켠에 조용히 스며든다.

“이번엔 제가
어머님의 나침반이 되어드릴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어,
말없이 받아들였다.


🎶 따라가는 선율

그때,
거실 반대편에서
라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가볼게요.”
“조금만 쉬고 계세요.”

라라에게 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아이가 만들어가는 선율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자주 흔들릴 것이다.

그래도 그 선율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함께 따라가 보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나침반이 향하는 방향에 맞춰
답을 정하지 않은 채로.


🌙 오늘의 결 한 줄

귀를 막던 아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나는 기뻐하면서도 불안해집니다.

이게 정말 아이의 속도인지,
아니면
아이가 나에게 맞춰주고 있는 건지.

하지만 오늘,
내가 혼자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의 옆에 서 있던 내가
누군가의 옆에
잠시 기대도 된다는 걸 알게 된 하루.

그걸로,
오늘은 충분해요.


🌿 가이드 노트

아이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면
어른의 마음은 종종 더 복잡해집니다.

기뻐해야 할 순간 앞에서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따라오기도 하지요.

아이에게 맞춰주고 있는 건지,
아이가 참고 있는 건 아닌지.
그 경계는
늘 또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다는 사실이
곧 잘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망설임은
아이를 함부로 앞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어른의 신중함일 수 있습니다.

이 기록 속의 어른은
답을 찾기보다
관계를 놓지 않기로 선택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대신 정하지 않고,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은 채
옆에서 함께 방향을 살피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항상 확신에 찬 보호자가 아니라,
확신이 없어도
곁에 남아 있는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 선택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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