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라라가 갑자기 울린 큰 소리를 듣고도 도망치지 않고,
돌려보며 준비해 본 어느 오후의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기 토끼 라라와 눌러보는 소리〉(Episode 10)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라라는 피아노와 멜로디카를 눌러보며
닮은 모양의 두 소리를 비교했습니다.
어떤 소리는 마음에 남았고,
어떤 소리는 조용히 내려두었습니다.
그 경험은
라라 안에 작은 기준으로 남았습니다.
👉〈아기 토끼 라라와 눌러보는 소리〉(Episode 10) 이야기 먼저 보기
(라라 Season 1 – Part 1 · 만드는 소리 편, 에피소드 11)
점심이 지나가는 오후,
라라는 목에 이어머프를 걸고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어요.
그때,
옆 가게에서 문이 열리며 인사 소리가 들렸어요.
“안녕히 계세요.”
“어머, 라라야 안녕.”
고개를 돌리자
시계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루나 선생님이 보였어요.
라라는 반갑게 손을 들었어요.
그 순간—
대앵—
아직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커다란 종소리가 울렸어요.
라라의 귀가 파르르 떨렸고,
어깨가 움츠러들었어요.
라라는 재빨리 이어머프를 귀에 끼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조금 길게 내쉬었어요.
그 모습을 본 루나가
잠시 기다렸다가 말했어요.
“괜찮니, 라라야?”
“여기 말고, 조용한 곳으로 갈까?”
라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 공원에서의 이야기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은 둘.
루나는 물을 건네며 말했어요.
“좀 괜찮아졌니?”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라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어요.
“선생님, 아까 거긴 뭐 하는 곳이에요?”
“시계 가게란다.
시계를 사거나 고치는 곳이지.”
루나는 들고 있던 상자를 살짝 보여주었어요.
“선생님은 시계를 고치러 갔었단다.”
라라는 상자를 바라보다가 물었어요.
“그런데 아까 들은 큰 소리는 뭐예요?”
“시계 소리야.”
라라의 눈이 커졌어요.
“네? 그게 시계 소리예요?”
“라라는 처음 들어봤니?”
“네! 저희 집 시계는 다 조용하거든요!”
루나는 웃으며 말했어요.
“조용한 시계도 있지만,
소리를 내는 시계도 있단다.”
그리고 덧붙였어요.
“선생님 집에도 소리 나는 시계가 있어.”
“보러 갈래?”
라라의 귀가 살짝 올라갔어요.
“네!”
🕰️ 궤종시계 앞에서
루나의 집,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자
바닥부터 천장까지 길쭉한 시계가 서 있었어요.
라라는 그 앞에 멈춰 섰어요.
“선생님, 이 시계도 소리가 나요?”
“맞아. 이건 궤종시계야.
큰 종소리가 난단다.”
라라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전에 왔을 땐 소리가 안 들렸는데요?”
“그땐 소리를 꺼놨었거든.
오늘은 소리가 날 거란다.”
라라는 시계를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어요.
“혹시 다른 시계도 있어요?”
“물론이지.”
루나는 웃으며 들고 온 상자를 열었어요.
🐦 뻐꾸기 시계
상자 안에는
작은 집 모양의 시계가 들어 있었어요.
“선생님! 집처럼 생겼어요!”
“맞아.”
“새의 집 모양을 보고 만든 시계야.”
“그래서 시계 이름도 뻐꾸기 시계란다.”
“뻐꾸기요?”
“시계 소리가 뻐꾸기 소리거든.”
“들어볼래?”
라라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루나는 분침을 천천히 돌렸어요.
정각에 가까워질수록
라라의 어깨가 조금 올라갔어요.
그리고—
뻐꾹—
뻐꾹—
작은 새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
라라는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눈이 반짝였어요.
“우와— 새가 나왔어요!”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게 이 시계의 재밌는 점이란다.”
라라의 입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어요.
🔄 돌려보는 소리
“라라야, 이번엔 같이 돌려볼까?”
루나는 분침에 끼운 막대를 가리켰어요.
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막대를 잡았어요.
천천히 돌리다가
정각에 가까워졌어요.
뻐꾹—
뻐꾹—
라라의 어깨가 움츠러들었어요.
손이 이어머프로 향했다가,
다시 내려왔어요.
“후우…”
깊게 숨을 쉰 라라는
다시 막대를 잡았어요.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돌리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정각.
뻐꾹—
뻐꾹—
이번에도 얼굴은 살짝 찡그려졌지만,
손은 막대를 놓지 않았어요.
한 번,
또 한 번.
돌리는 손이 조금씩 느려졌어요.
라라의 올라갔던 어깨도
조금씩 내려왔어요.
마침내 라라는 막대를 놓고
루나를 바라보며 웃었어요.
“히히.”
“저 이제 잘 돌리죠, 선생님?”
🎶 좋은 선율
그때였어요.
거실 한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어요.
대앵—
대앵—
궤종시계의 종소리였어요.
라라는 놀라
귀를 손으로 감싸고 눈을 꼭 감았어요.
길게 울리던 종소리가
천천히 멈췄어요.
루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조용히 물었어요.
“괜찮니?”
라라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라라는 조용히 궤종시계를 바라봤어요.
“소리가 정말 크고 오래가지?”
루나가 말했어요.
“맞아요.
진짜 엄청 큰 소리였어요.”
잠시 시계를 바라보던 라라가
루나를 향해 물었어요.
“선생님…”
“저 시계도 움직여볼 수 있어요?”
라라의 입에
작은 미소가 번졌어요.
🌱 부모님께
오늘 라라는
돌아가는 시계를 바라보았습니다.
언제 소리가 울릴지
시계를 돌려보며 준비했고,
놀랐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큰 소리가 작아진 것은 아닙니다.
놀라지 않는 아이가 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돌리는 속도를 늦추며,
스스로 기다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한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 같은 도구에서도 다른 소리가 납니다
아이가 한 번 놀란 도구라도,
그 도구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같은 도구를 다른 방식으로 먼저 만나는 경험이
아이가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 감각 숲의 다음 이야기
다음 이야기에서
라라는 찢고 자르며
날카로운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 안내
이 이야기는
아이의 소리 민감함을
줄이거나 바꾸기 위한 동화가 아닙니다.
감각은
아이마다 머무는 방식도,
지나가는 속도도 다릅니다.
아이의 반응이 걱정으로 이어질 때에는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감각 경험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