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토끼 라라와 어릴 적 악기

이 이야기는 라라가 한때 멀어졌던 소리들을 다시 꺼내 보며,
지금의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골라본 오후의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기 토끼 라라와 음악실 첫 방문〉(Episode 6)]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라라는 처음 가보는 공간에서
스스로 소리를 부르고,
놀라고,
준비한 뒤 다시 한 걸음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 경험은
소리를 ‘잘 해냈다’기보다,
라라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집 안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조용한 확인이었습니다.

👉 〈아기 토끼 라라와 음악실 첫 방문〉(Episode 6)이야기 먼저 보기


(라라 Season 1 – Part 1 · 만드는 소리 편, 에피소드 7)

햇빛이 길게 늘어진 오후,
라라는 자기 방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옷을 접고, 바닥에 놓인 인형을 제자리에 올려두던 중
옷장 깊숙한 곳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어요.

“이게 뭐지?”

라라는 상자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히 뚜껑을 열었어요.

안에는
작은 악기들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어요.

라라는 상자를 다시 닫고
두 손으로 들고 거실로 나갔어요.

“엄마!”
“이 상자 뭐예요?”


🕰️ 어릴 적 이야기

거실에 있던 엄마가 상자를 보고
잠깐 놀란 얼굴로 웃었어요.

“이걸 찾았구나.”
“이건 라라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악기들이야.”

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악기요?”
“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그럼.”
“라라가 어떤 소리를 좋아할지 몰라서
여러 가지를 조금씩 사줬었거든.”

라라는 상자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물었어요.
“그런데 왜 지금은 상자 안에 있어요?”

엄마는 잠시 말을 고르다
조용히 이야기했어요.
“어릴 때의 라라는
이 악기 소리를 들으면 많이 울었거든.”
“기분 좋은 날에도,
이것만 가지고 놀면 울었단다.”

라라는 상자를 다시 내려다봤어요.
그리고 잠깐 생각한 뒤 말했어요.

“그럼…”
“지금 다시 꺼내볼래요.”


📦 상자 안의 소리들

라라는 바닥에 앉아
조심히 상자를 열었어요.

엄마는 그런 라라의 모습을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았어요.

상자 안에는
라라가 본 적 있는 악기들도 있었어요.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작은 북과 채 두 개.

라라는 캐스터네츠를 집어 들고
가볍게 눌러봤어요.

딱—
딱—

이번엔 작은 북을 쳐봤어요.

퉁—
퉁—

라라는 소리를 듣고
살짝 웃었어요.

그 모습을 보던 엄마가 말했어요.
“선생님이랑 같이 연습해서 그런가?”
“소리가 참 좋다.”

라라는 기분 좋게 웃으며,
다시 상자 안을 들여다봤어요.


🔔 실로폰의 소리

그때,
뚜껑이 달린 낯선 악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라라는 조심히 꺼내
뚜껑을 열어보았어요.

안에는
특이하게 생긴 막대 두 개와
길쭉한 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라라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물었어요.
“엄마, 이건 뭐예요?”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음… 실로폰이야.”
“이 막대의 둥근 부분으로 치는 거야.”

라라는 막대를 가볍게 쥐고
한 칸을 살짝 쳐봤어요.

딩—

라라는 고개를 조금 끄덕였어요.
이번엔 옆 칸을 쳐봤어요.

땡—

높은 소리에
라라는 얼굴을 찌푸렸어요.
그리고 막대를 내려놓았어요.

라라는 실로폰의 뚜껑을 덮고
다시 상자 안에 넣었어요.


🪇 마라카스의 소리

상자에서 다음으로 꺼낸 건
손잡이가 달린 둥근 악기 두 개였어요.

라라는 살짝 흔들어봤어요.

착—
착—

작은 알갱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라라는 귀를 조금 세웠어요.

이번엔 두 개를 함께 흔들었어요.

촥—

라라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바라봤어요.
“엄마, 이건 이름이 뭐예요?”

엄마는 웃으며 말했어요.
“마라카스야.”

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몇 번 흔들어보다가
바닥에 나란히 놓았어요.

그리고 옆에 놔두었던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작은 북까지 4가지의 악기를
차례로 가지고 놀았어요.


🎶 좋은 선율

악기들을 가지고 놀던 라라는
상자 안쪽에서
익숙한 모양의 악기 하나를 발견했어요.

라라는 그걸 꺼내 들고
잠깐 바라보다가 말했어요.

“엄마,”
“이거 선생님 집에 있던
큰 악기랑 똑같이 생겼어요.”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네.”
“그때 봤던 거랑 똑같이 생겼구나.”

엄마는 악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어요.
“다음에 선생님한테 가르쳐달라고 해볼까?”

“좋아요!”

힘차게 대답한 라라는
다시 상자 안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아까 정리해 두었던
실로폰을 다시 한 번 보았어요.

잠깐 생각하던 라라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엄마,”
“저 악기도…”
“선생님한테 알려달라 하고 싶어요.”

엄마는
라라의 옆에 조용히 앉아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어요.


🌱 부모님께

아이에게 다시 시도해 볼 기회가 보일 때,
어른은 종종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어집니다.

“조금만 더 해볼까?”
“이번엔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아이에게는
다시 하지 않는 선택 역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경험일 수 있습니다.

라라는
어릴 적 울었던 소리를 다시 꺼내 보았지만,
끝까지 해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금의 자신이 괜찮은 자리에서 멈추고,
다음을 남겨 두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항상 앞으로 가는 용기가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존중받는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라라는
도망치지 않았고,
억지로 버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 속도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 소리를 ‘당하는 경험’과 ‘시작하는 경험’의 차이

어떤 소리는 아이에게 먼저 닥치고,
어떤 소리는 아이의 선택 뒤에 따라옵니다.

그 순간의 순서에 따라 아이의 몸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아래 글에서 그 차이를 읽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 〈소리를 ‘당하는 경험’과 ‘시작하는 경험’의 차이〉


🐾 감각 숲의 다음 이야기

다음 이야기에서 라라는
집 안에서 다시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
예상하기 어려운 타이밍.

하지만 이번에도 라라는
서두르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그 자리에 머물 준비를 합니다.

👉 아기 토끼 라라의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안내

이 이야기는
아이의 소리 민감함을
극복하거나 없애기 위한 동화가 아닙니다.

감각은
익숙해지는 속도도,
다가가는 거리도
아이마다 다릅니다.

아이의 반응이
걱정으로 이어질 때에는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감각 경험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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